시장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호객하는 상인의 목소리, 채소 박스를 나르는 모습, 정육점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
전통시장은 복잡한 도심 속에 자리잡은, 오래된 유통의 형태죠. 그런데 이제 그 시장이, 풀필먼트 센터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까요?
서울 가락시장이 도심형 풀필먼트 거점으로 변신합니다. 총 1조 원이 투입되는 이번 현대화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저온 창고 용량을 대폭 늘리고, 소분과 가공 설비를 새롭게 강화하며, 실시간 유통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도매시장에서 출발한 가락시장이 도심형 풀필먼트 허브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은 최근 물류와 유통이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락시장은 하루 7천 톤이 넘는 농수산물이 오가고 연간 거래 규모만 6조 원이 넘는 국대 최대 도매시장입니다. 하지만 거래 규모에 비해 시스템은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었죠.
가락시장의 거래 방식은 여전히 대면 중심 원물 유통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세척도, 소분도, 절단도 되지 않은 상품을 현장에 와서 눈으로 보고 대량 구매한 뒤, 가공을 유통사나 중소마트에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이런 구조는 1인 가구의 증가, 소포장 소비 확대, 새벽배송 등 빠르고 유연한 유통이 기본이 된 시장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장 바깥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대형 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들은 산지 직거래와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도매시장 없이도 가격 경쟁력과 물류 효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가락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은 과거에 비해 소비자 선택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가락시장이 선택한 방향은 도심형 풀필먼트 전환입니다. 대규모 투자로, 저온창고를 3배 이상 늘리고, 신선식품의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공부터 재포장까지의 작업 공간을 확장하는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단순한 설비 확장이 아니라, 가공 처리부터 출하 예약, 전자 송품장, 실시간 트래킹까지 유통 전반을 통합하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이제는 도매를 넘어 도심 내에서 처리하고 배송하는 거점의 역할로 변신 중인 셈입니다.
가락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도매시장의 구조 개선에 그치기 보다 물류의 트렌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류센터의 주된 기능은 보관과 출고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입고된 상품을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꺼내서 출고하는 일이 전부였죠. 하지만 이제는 그 사이 단계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소량다품종의 주문이 기본이 되었고, 상품을 세척하거나 소분하고, 포장을 다시 하고, 정온 상태를 유지하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과거라면 별도로 각각의 업체들이 나눠서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한 공간에서 모두 처리되기를 요구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를 충족하는 곳, 즉 풀필먼트 센터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또,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누가, 언제, 어떤 상태로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통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거나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죠. 결국 물류는 단순한 ‘이동’의 기능에서 벗어나,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가락시장조차도 스마트 물류 시스템, 전자 송품장, 실시간 트래킹 등을 도입하고 있는 건 단순한 효율화 그 이상을 노리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통의 전통적인 거점이었던 시장조차 이제는 단순 입출고 기능을 넘어 처리와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공공시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의 물류센터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기존처럼 물건을 쌓아두고 출고만 담당하는 방식으로는, 이제 화주사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커머스와 신선식품 중심의 산업에서는 물류센터 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죠.
이제 물류센터는 브랜드의 품질을 실질적으로 전달하는 마지막 경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입출고 과정을 시각적으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은 물류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센터의 운영 수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흐름 중 하나는, 복잡한 새 시스템을 새로 얹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현장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유연한 방식입니다. 보이지 않게 작동하지만, 결과는 소비자와 현장에 정확히 전달되는 시스템이죠.
물류센터는 화주사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눈에 보이는 운영 시스템, 빠른 출고, 해결이 가능한 프로세스, 높은 출고 품질을 포함한 좋은 물류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에게도 브랜드 신뢰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화주사들이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물류는 단순한 운영 효율이 아니라 보이는 물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생산자-물류센터-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확장된 물류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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