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의 원칙부터 확인합니다. 상인끼리의 매매에서는 받은 쪽이 바로 검사하고 수량 부족을 즉시 알려야 대금 감액이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에서 따로 정했거나 보낸 쪽이 부족을 알고도 보냈다면 달라지니, 거래 조건과 출고 근거를 함께 봅니다.
상법 제69조는 상인 사이의 매매에서 산 쪽이 물건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하라고 정합니다. 검사에서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판 쪽에 알려야 합니다. 알리지 않으면 그 부족을 이유로 계약 해제나 대금 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조문은 두 가지 문제를 나눠 둡니다. 수량 부족과 바로 발견할 수 있는 하자는 받은 뒤 검사해 즉시 알릴 대상입니다. 바로 발견할 수 없는 하자에는 6개월이라는 발견 기한이 따로 붙습니다. 그 안에 발견한 때에도 같은 규칙이라, 발견하면 즉시 알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에 열두 상자를 받고 사인한 거래처가 금요일에 한 상자에서 한 팩이 비었다고 알려 왔다고 해 봅니다. 조문에 비춰 따질 것은 거래처가 받은 뒤 지체 없이 검사했는지, 그리고 부족을 발견한 뒤 즉시 알렸는지입니다.
대법원은 2008다3671 판결에서 이 규칙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전문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신속한 검사와 통지의 의무를 지워, 상거래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조문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음 두 경우부터 확인합니다.
첫째, 판 쪽이 부족을 알고도 보냈다면 이 조문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률 용어로는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라고 부릅니다. 덜 담긴 줄 알면서 내보낸 건이라면, 연락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청구를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둘째, 계약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이 조항을 당사자가 약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 규정으로 봤습니다. 그 사건의 계약서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품질 하자가 판명되면 대체 납품하고, 준공 뒤 36개월 동안 품질을 보증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납품 계약에 검수 기한이나 보증 조건이 따로 있다면 상법보다 그 조건부터 봅니다.
마지막 갈래를 따로 적어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근거 없이 물어 준 건이 실제로 덜 담긴 건과 같은 기록에 쌓이면, 출고 때 덜 담기는 건이 한 달에 몇 건인지 셀 수 없습니다. 그러면 포장 작업을 고쳐야 하는지, 확인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도 가릴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법보다 관계가 먼저 움직입니다. 다음 달에도 거래할 곳이라 확인할 길이 없으면 그냥 물어 주기 쉽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오기 전에 세 가지를 맞춰 둡니다.
계약의 검수 기한, 받을 때 세는 방식, 송장별 출고 기록 세 가지가 갖춰져 있으면 며칠 지나 온 연락에도 해당 송장의 기록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 납품과 플랫폼 판매를 함께 돌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출고 방식이 바뀌기 전에 이 세 가지부터 맞춰 두는 편이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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