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리얼로그입니다. 오늘 전할 이야기는 냉장 신선식품을 다루는 물류 현장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 여러 업종의 물류 현장을 다니다 보면, 클레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응이 유독 다른 곳이 있습니다. 식품 물류 현장입니다. 다른 업종에서는 클레임이 접수되면 우선 상품을 돌려받아 확인해 보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처음부터 잘못 나간 것인지 배송 중에 생긴 일인지를 물건을 놓고 가려야 하니까요. 그런데 식품 현장에서는 그 순서가 통째로 생략되고 이 말이 먼저 나옵니다. 따져봐야 손해라서 그냥 물어줍니다.

식품 물류의 클레임이 다른 카테고리와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상했다는 연락을 받아도 그 상품을 돌려받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상한 식품을 다시 포장해 보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고, 설령 돌려받는다 해도 오는 동안 냉장이 한 번 더 끊기면서 상태가 더 나빠집니다. 도착한 것을 봐도 처음부터 그랬는지 오는 길에 그렇게 된 것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하나가 빠졌다는 연락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통은 이미 갔고 받은 쪽은 열어 본 뒤입니다. 무엇이 들어갔어야 하는지는 주문서에 남아 있지만, 실제로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어디에도 남지 않죠. 없었다는 쪽과 넣었다는 쪽의 말만 마주 서게 됩니다.
패션 반품은 사정이 다릅니다. 옷이 돌아오니 택이 붙어 있는지, 입은 흔적이 있는지를 펴놓고 볼 수 있습니다. 돌아온 그 상태가 곧 증빙이 되죠. 식품에는 그 한 번의 기회가 없습니다.
얼마 전 찾은 현장은 고가 육류를 프랜차이즈 매장에 납품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서는 클레임이 접수되면 해당 상품을 폐기 작업으로 넘긴다고 했습니다. 다시 팔 수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가 아니라 따지지 않고 폐기하는 절차입니다. 한 팩이 수만 원을 넘는 상품이라 배상액은 그대로 상품 값이 됩니다.

그런데 담는 방식이 그 한 건을 키웁니다. 신선식품은 대개 스티로폼 박스나 다회용 보냉백에 보냉재를 함께 넣어 내보내죠. 여러 품목을 한 통에 합포장하는 현장에서는 배상 단위가 품목이 아니라 그 한 통이 됩니다. 빠진 것은 하나인데 물어주는 것은 통 하나인 셈입니다. 과일이나 육류처럼 품목마다 값이 나가는 구성이라면 그 차이가 더 벌어지죠.
인수증을 받아 두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인데 답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인수증은 상자를 받았다는 기록이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아닙니다. 상자는 분명히 갔는데 안에서 하나가 비었다는 클레임 앞에서는 아무 답이 되지 못합니다.
물량보다 구성이 발목을 잡습니다. 같은 현장은 납품처가 천 곳을 넘는다고 했습니다. 거래처마다 주문 구성이 다르니 같은 품목이 들어간 상자라도 조합은 제각각이죠. 하루 이틀만 지나면 어느 상자에 무엇이 어떻게 담겼는지를 작업자 기억으로 되짚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현장에서 클레임은 배송 기사를 거쳐 들어옵니다. 받은 쪽 이야기가 기사를 통해 전해지고, 창고는 그 이야기를 받아 확인하려 하지만 내놓을 증빙이 없습니다.
받는 쪽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파손이나 누락을 겪은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첫 번째 대처는 상자와 내용물을 사진으로 찍어 두라는 것입니다. 받은 쪽은 증거를 남기라고 안내받는데 보낸 쪽에는 그에 맞설 기록이 없는 셈이죠.

그러면 계산이 하나 섭니다. 납품처와는 다음 달에도 거래해야 하고, 한 건을 붙잡고 실랑이하는 사이 그날 나갈 물량이 밀립니다. 배상액보다 따지는 비용이 크다는 판단이 한 번 서면 그때부터는 받아들이는 쪽이 기본값이 됩니다.
이 현장에서 나온 말이 운영 마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실이 어디서 나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어디서 나는지 알면서도 가릴 방법이 없어서, 제대로 나간 건까지 함께 물어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추석처럼 큰 명절을 앞두면 식품 물류의 조건이 한꺼번에 나빠집니다. 매장은 연휴 영업분까지 미리 받아 두려 하고, 평소 주 단위로 나가던 물량이 며칠 안에 집중됩니다. 거기에 명절 선물세트는 그 시즌에만 만드는 한정 구성입니다. 평소 라인에 없던 조합을 새로 짜서 담기 때문에 몸에 익은 작업 순서가 없고, 그 작업을 하는 인력도 상당수가 그때만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확인이 늦어지는 구조도 함께 붙습니다. 선물세트는 받는 사람이 주문한 사람이 아닙니다. 받은 쪽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보낸 사람에게 먼저 말하고, 그 이야기가 다시 판매자와 물류로 넘어옵니다. 상태를 직접 본 사람과 클레임을 거는 사람이 다르니 사실 확인이 한 다리 건너서 이뤄지죠. 과일 눌림이나 육류 해동처럼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문제라면 더 그렇습니다.
연휴에 들어가면 발주와 배송이 멈춥니다. 매장은 받아 둔 물량으로 영업하고, 클레임은 연휴가 끝난 뒤에야 접수됩니다. 그사이 상품은 이미 쓰였거나 버려졌고 작업했던 사람도 그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평소라면 당일이나 다음 날 확인했을 일을 닷새쯤 지나 확인하게 되는데, 식품에서 그 닷새는 증빙이 통째로 사라지는 시간입니다.

물량이 몰리는 시기에 인력을 늘리고 검수를 한 번 더 거는 것은 사고 자체를 줄여줍니다. 다만 근거 없이 접수되는 건은 그것으로 줄지 않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들어온 클레임 앞에서 그날 그 상자가 어떻게 나갔는지를 영상으로 바로 꺼내 보일 수 있다면 실랑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제대로 나간 건은 제대로 나갔다고 말할 수 있고, 우리 쪽 실수는 실수대로 빨리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식품 현장에 영상 기록을 얹을 때 다른 업종과 크게 갈리는 대목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온도대입니다. 상온과 냉장과 냉동이 각각 다른 라인을 타는 곳이 많고, 그러면 촬영이 붙는 자리도 라인마다 달라집니다. 한 곳만 잡아 두고 전부 담으려 하면 정작 클레임이 가장 많이 나는 냉장 라인이 비게 되죠. 어느 라인이 배상을 가장 많이 만드는지부터 보고 순서를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 보이게 찍느냐입니다. 합포장 클레임의 대부분은 겉포장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느냐를 두고 벌어집니다. 게다가 식품이 쓰는 스티로폼 박스와 보냉백은 겉에서 안이 전혀 비치지 않습니다. 뚜껑을 덮고 테이프를 두르는 순간 내용물은 완전히 가려지죠. 그 앞의 겉모습만 남아 있으면 하나가 비었다는 연락에 답할 수가 없습니다. 품목이 다 들어간 상태가 한 번은 보이게 잡아야 그 대화가 끝납니다. 구성 품목이 많은 명절 세트일수록 그 한 장면이 배상 여부를 가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식품에서 이 기록은 물류팀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배상 여부를 가리는 근거이면서, 영업이 납품처와 대화할 때 쓰는 자료이고, 신선도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라면 고객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합니다. 명절 물량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 우리 현장에서 클레임 한 건이 들어왔을 때 그날 그 상자를 몇 분 만에 꺼내 보일 수 있는지부터 재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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