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직접 보고 사야 해’라는 말이 무너지고 있다
"대파 하나도 클릭으로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접 만져보고 골라야 한다'는 신선식품 쇼핑의 불문율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에서 끝까지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신선식품마저 이커머스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데이터는 이런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전체 장보기 이용 비중에서 온라인이 47.6%, 오프라인이 52.4%로 거의 반반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식료품을 주로 온라인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이 2023년 4.1%에서 2024년 9.7%로 무려 136.6%나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매일 장보던 사람들 점차 스마트폰 앞에서 장바구니를 채우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쇼핑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습니다. '싱싱한 채소는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과일은 만져봐야 잘 익었는지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마저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직접 보고 고르는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신뢰 메커니즘이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소비자들은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을까?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판매처를 비교하고, ‘첫 구매 50% 할인’, ‘최초 구매 시 100원’ 할인 쿠폰과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해 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또, 새벽배송, 당일배송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의 등장으로 '주문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즉시성이 확보되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오늘 저녁 메뉴'에 필요한 식재료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100% 환불 보장’이나 ‘신선도 미달 시 보상’처럼 과감한 정책으로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사진 한 장으로 환불 받는 구조는, “한 번 시켜볼까?”라는 생각을 쉽게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품질, 신뢰, 편리함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이 최고의 신뢰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한 것입니다. 기업은 이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품질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품질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순간, 고객의 마음속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자리합니다. '정말 싱싱한 채소가 올까?' 이러한 불안은 그대로 주문창 앞에 남아있습니다.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발생하는 이 불안감은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가장 큰 장벽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직접 보고 고르지 않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단순히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이상의 확신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선택의 주도권을 브랜드에게 넘기는 대신, 그 브랜드가 자신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에 대한 '증거'를 요구합니다.
진짜 문제는 '어떻게 그 품질을 보여주고 증명할 것인가'입니다. 아무리 최고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한 홈마카세 브랜드의 ‘보여주는 품질 관리’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한 프리미엄 홈마카세 브랜드는 신선도가 생명인 고급 식재료를 주로 취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송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출고 과정을 짧은 영상을 기록하고 고객에게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상이 단순한 고객 안심용 콘텐츠를 넘어서, 내부 품질 관리 도구로도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배송 과정 중 상품 녹는다면, 고객과 소통하면서 출고 시점의 상태를 공유하고 냉매제의 양을 체크합니다. 이는 정확한 영상을 기반으로 하여 고객의 문의를 해결하고 품질 관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택배 사진보다 훨씬 안심이 됩니다”, “정성이 느껴져요”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고객들의 문의가 기존 대비 80%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고객들이 실제로 자신의 제품이 어떻게 출고되는지 볼 수 있게 되자, 불필요한 우려와 문의가 줄어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영상은 온라인 판매의 가장 큰 약점인 '적은 고객 접점'을 보완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점원과의 대화, 매장 분위기 등이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접점이 제한적입니다. 출고 영상은 온라인의 고객 접점을 보완하며,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함께 바꾸고 있습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의 경쟁력, ‘보이지 않는 품질이 보이도록 하는 것’
이커머스가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모든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의구심과 동시에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고객과의 운영 기반 신뢰 구축’이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케팅 메시지를 통해 품질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과정을 통해 그 품질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커머스 시대에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는 결국 보이지 않는 품질을 보이는 신뢰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는 제품과 더불어, ‘과정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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