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에 접수된 온라인플랫폼 분쟁조정이 442건으로 1년 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그중 73.5%가 오픈마켓에서 나왔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오픈마켓 입점업체를 상대로 피해주의보를 냈습니다. 그런데 주의보에 담긴 권고는 전부 사전 대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전체 공정거래 분쟁조정에서 온라인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8% 안팎이던 것이 올 상반기 28.3%로 올라섰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오픈마켓 쇼핑 분야가 325건, 음식배달이 57건, 중고거래가 14건입니다. 거래액이 커진 만큼 플랫폼과 판매자가 맞닿는 지점도 같이 늘었습니다. 그 접점마다 판정이 필요한 순간이 생겼습니다. 플랫폼과 다투는 일이 특정 판매자의 사고에서 온라인 판매의 기본 조건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공개된 분쟁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계정 정지가 첫째입니다. 가품 판매나 지식재산권 침해, 개인정보 침해가 의심되거나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플랫폼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판매 중지나 계정 정지부터 실행하고 그다음 판매자에게 소명을 요구합니다. 연관된 다른 계정까지 함께 멈추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둘째는 반품입니다. 소비자가 반품한 상품이 판매자에게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상품대금이 환불되는 일이 있습니다. 하자를 이유로 환불이 이뤄졌지만 실제로 돌아온 물건에는 문제가 없기도 합니다.
셋째는 광고비입니다. 지원을 조건으로 광고를 집행했는데 지원이 이뤄지지 않거나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광고가 계속 돌아 청구서가 예상보다 크게 나온 경우입니다.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흘러가는 순서가 같습니다. 판단은 플랫폼이 먼저 내리고, 그것을 뒤집을 책임은 판매자에게 넘어옵니다.
플랫폼을 탓할 일만은 아닙니다. 그만한 규모로 거래가 오가는 곳입니다.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사실관계를 전부 확인한 뒤에 조치한다면 가품과 침해 상품은 그사이에 계속 팔립니다. 먼저 멈추고 나중에 따지는 방식은 그 규모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판매자 쪽에 남기는 결과입니다. 정지는 즉시 걸리지만 소명은 자료를 갖춘 만큼만 진행됩니다. 그사이 상품은 노출에서 빠집니다. 연관 계정까지 함께 멈춘 경우라면 다른 카테고리 매출도 같이 끊깁니다. 계정 하나가 멈춘 며칠이 시즌 물량 전체를 흔드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소명 요청이 도착한 날 쓸 수 있는 자료는 그 전부터 남아 있던 것뿐입니다. 판매자가 그날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료는 없습니다. 소명으로 풀리지 않으면 조정원 온라인 분쟁조정시스템이나 분쟁조정 콜센터로 구제를 신청하는 경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판단의 재료는 결국 같습니다.

권고 문장을 자세히 보면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정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하라고 했고 반송 정보는 시스템에 기록하라고 했습니다. 자료를 갖고 있되 입증이 되는 형태로 갖고 있으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경계가 하나 있습니다. 기록은 나중에 작성할 수도 있고 일이 벌어진 그 시점에 저절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둘은 소명 화면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사내 문서에 정상 출고라고 적어 둔 것은 출고를 마친 뒤에 만든 기록입니다. 출고 시점에 스캔과 함께 남은 기록과 같은 사실을 말하지만, 상대가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주장이고 뒤의 것은 자료입니다.
가품 의심으로 계정이 멈췄을 때도 정품이 맞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상품이 어느 경로로 언제 들어왔는지가 제3자가 발행한 문서로 이어져야 합니다. 반품 다툼에서도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보다 입고 스캔이 찍히지 않았다는 기록이 셉니다. 물류를 위탁했든 자사 창고를 쓰든 이 경계는 그대로입니다. 맡긴 쪽이 보관 중이라는 말로는 소명이 되지 않고 그 기록이 판매자 쪽에서도 보이는지가 남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는 기준은 양이 아니라 시점입니다. 사건이 끝난 뒤에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주장 쪽에 쌓입니다. 한 줄이어도 사건과 동시에 남은 것이라야 다른 쪽에 놓입니다.

주의보와 함께 나온 권고는 네 가지였습니다. 전부 분쟁이 벌어지기 전에 해 둘 일이었습니다. 그중 판매자가 바로 손볼 수 있는 지점을 셋으로 좁혔습니다.
정품임을 입증할 자료를 쥐고 있느냐만으로는 갈리지 않고 특정 상품과 특정 시점으로 바로 찾아지느냐에서 갈립니다.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를 연도별로 모아 두었어도 주문번호나 상품코드와 연결해 두지 않으면 소명 기한 안에 꺼내기 어렵습니다. 보관과 검색은 따로 움직입니다. 이 자료는 대개 구매 쪽에 있고 소명 화면 앞에 앉는 사람은 고객 응대 담당입니다. 두 팀이 같은 키로 같은 자료에 닿을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매입 자료에 상품코드를 붙여 두는 작업은 분쟁이 없는 시기에 가장 값싸게 해 둘 수 있습니다.
환불 처리는 플랫폼 기록에 남습니다. 그런데 물건이 실제로 돌아왔는지, 돌아왔다면 어떤 상태였는지는 판매자 쪽에만 남습니다. 그래서 반송 정보를 시스템에 정확히 기록하라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입고 시점과 개봉 상태를 남기지 않으면 하자를 두고 다툴 때 근거가 한쪽에만 있게 됩니다. 기록이 만들어지는 곳은 창고이고 답을 해야 하는 곳은 고객 응대 쪽입니다. 위탁이든 직영이든 그 사이를 잇는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반품이 잦은 카테고리일수록 이 공백은 그대로 비용이 됩니다.
광고는 시작할 때는 챙기고 끝날 때는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종료일과 실제 집행 종료일을 맞춰 보는 주기를 정해 두지 않으면 초과 청구는 정산서를 받고 나서야 눈에 들어옵니다. 초과분이 몇 달을 그냥 지나가는 건 집행은 마케팅이 하고 청구서는 재무로 가기 때문입니다.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을 따로 정해 두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집행 내역과 계약 기간을 대조하는 것만으로 세 번째 유형은 상당 부분 걸러집니다.
세 항목 모두 이번 주의보가 짚은 자리를 운영의 일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 낸 점검표는 아닙니다.
이렇게 모아 둔 기록이 분쟁에서만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자료가 클레임이 생기기 전에 원인을 잡는 데 쓰이고 반품 사유를 상품 문제와 배송 문제로 갈라내는 데도 쓰입니다. 분쟁 대비는 그 쓰임 가운데 가장 급한 하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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