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발견 채널이 검색창에서 영상과 AI 대화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옷을 사려고 검색창에 상품명을 치던 방식 대신, 고객은 숏폼과 라이브 같은 영상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고, 챗GPT에게 "비 오는 날 입을 옷"을 묻듯 AI 대화로 상품을 만납니다. 같은 주에 무신사가 챗GPT 안에 매장을 열면서, 판매자가 검색 노출 한 채널을 넘어 어디서 보여야 하는지가 다시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오래 공들여 온 건 검색 상위 노출이었습니다. 좋은 키워드와 정확한 상품명, 잘 다듬은 상세페이지로 검색 결과 첫 화면에 오르는 일이 곧 매출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상품을 처음 마주치는 자리가 검색 결과가 아니라 숏폼 영상과 AI 대화창으로 옮겨가면서, 판매자가 어디서 보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옷을 검색창에 입력하던 방식 대신, 숏폼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고 곧바로 사는 비디오 커머스가 패션업계의 새 판매 채널로 떠올랐습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4조 7천억 원 규모로 커졌고,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영상 콘텐츠로 고객의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검색은 고객이 무엇을 살지 이미 알 때 쓰는 도구지만, 영상은 살 생각이 없던 고객에게도 상품을 들이밀 수 있다는 점에서 발견의 폭이 다릅니다.

움직임은 사례로도 확인됩니다. 패션 기업 폰드그룹은 라이브커머스 전문기업 모나드라이브의 경영권을 인수해 영상 판매 역량을 단번에 끌어왔습니다. 4050 여성 플랫폼 퀸잇에서는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입점 브랜드의 매출이 최대 22배까지 뛰었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한 줄 위로 오르는 것보다, 영상 안에서 한 번 제대로 보여지는 것이 더 큰 매출로 이어지는 장면이 늘고 있습니다.
영상이 검색을 밀어내는 힘은 단순히 보기 편해서가 아닙니다. 라이브 방송은 진행자가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고 사이즈와 소재를 직접 보여주면서, 사진 한 장으로는 풀리지 않던 망설임을 그 자리에서 풀어 줍니다. 숏폼은 짧은 영상 한 편이 검색어 없이도 추천 피드를 타고 새 고객에게 닿습니다. 글로 찾던 상품을 보여주는 채널로 옮겨오니, 같은 상품도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새로운 노출 경쟁력이 됩니다.
다음은 대화입니다. 무신사는 6월 자사 앱을 오픈AI의 챗GPT에 출시했습니다.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고객도 챗GPT와 대화하듯 무신사의 패션·뷰티 상품을 탐색하고 살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는 대신, AI에게 비 오는 날 입을 옷을 묻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나는 통로가 열린 것입니다. 검색이 청바지라는 키워드에 맞는 상품을 늘어놓는다면, 대화형 AI는 면접에 무난한 바지처럼 상황과 맥락이 담긴 질문에 맞춰 답을 골라 줍니다. 고객이 검색어로 옮기지 못하던 막연한 필요가 그대로 쇼핑의 입구가 되는 셈입니다. 검색 순위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무신사는 고객이 점점 더 오래 머무는 AI 대화창 자체를 새 입구로 삼았습니다.
무신사만의 움직임도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의 경쟁 무대는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에서 무엇을 살지 먼저 보여주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컬리를 비롯한 플랫폼들이 AI 개인화 추천과 대화형 쇼핑에 속도를 내는 배경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검색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AI가 고객의 취향을 먼저 짚어 상품을 내미는 쪽으로 발견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영상과 AI 대화, 두 흐름이 같은 시기에 솟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익일·새벽배송이 모두의 기본값이 되면서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로는 차이를 내기 어려워졌고, 경쟁의 무게중심이 상품을 어떻게 발견하게 하느냐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배송 속도로 갈리던 승부가, 이제 발견의 경험에서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검색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고객이 검색으로 상품을 찾고, 검색 노출은 기본입니다. 다만 상품 발견 채널이 영상과 AI 대화로 늘어난 만큼, 판매자가 보여야 할 자리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세 가지를 짚어 봅니다.
검색은 글로 찾고, 영상은 보여주는 채널입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30초 숏폼이나 라이브 방송 안에서 무엇을 보여줄지가 새로운 노출 경쟁력이 됩니다. 입는 모습, 쓰는 장면, 만드는 과정처럼 영상에 담길 거리가 있는 상품은 발견될 기회가 늘고, 상세페이지 사진 한 장으로만 설명되던 상품은 영상 채널에서 뒤로 밀립니다. 내 상품의 어떤 점을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볼 때입니다.
영상과 AI 대화에서 발견되려면, 그 채널 안에 내 상품이 올라가 있어야 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직접 운영하거나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통로, 영상 콘텐츠가 모이는 플랫폼에 입점하는 통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검색 한 곳만 관리하면 되던 시절과 달리, 보여야 할 채널이 늘어난 만큼 어디에 어떻게 올라탈지를 정해 두어야 합니다.
모든 채널을 다 잡을 수는 없습니다. 패션·뷰티처럼 영상으로 보여줄 거리가 많은 카테고리는 라이브·숏폼이 잘 맞고, 설명이 길게 필요한 상품은 AI 대화가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내 상품 카테고리의 강점과 고객이 실제로 머무는 채널이 만나는 곳부터 집중하는 편이, 여러 채널에 힘을 얇게 흩는 것보다 낫습니다. 새 채널은 한번 열어 두면 끝이 아니라 영상 제작과 라이브 운영처럼 꾸준히 손이 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검색 상위 한 줄을 잡으려던 경쟁은, 이제 어디서 발견되느냐로 넓어집니다. 영상과 AI 대화로 상품 발견 채널이 늘어나는 동안, 한 가지 더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상품을 발견하고 AI에게 묻는 고객이라면, 받는 순간의 경험도 영상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상품이 배송되는 동안 고객이 마주하는 화면은 브랜드의 톤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거기에 우리 데이터가 남고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 볼 지점입니다. 검색은 여전히 기본이지만, 영상과 AI 대화 밖에서 보이지 않는 판매자는 점점 찾기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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